
[신경북뉴스] 4차 산업혁명과 기후위기의 심화,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가속화는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소규모·영세농 중심의 개별 영농 구조는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 농가소득 정체라는 한계를 반복해 왔고, 이는 농촌 공동체의 존립마저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도군은 기존 농정의 연장선이 아닌 농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농업대전환’을 선택했다. 청도군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농업 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정책 전면에 두고, 2023년 7월 ‘농업대전환으로 청도농업을 새롭게 디자인하다’라는 군정 3대 비전을 선포하며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공동영농을 통한 규모화, 친환경 농업 전환, 스마트·첨단농업 확대, 미래 청년농업인 육성, 가공·유통·수출 중심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핵심 목표로 농업 구조 전반의 개편을 추진해 왔다.
공동영농으로 여는 농업의 새 길, ‘혁신농업타운’
농업대전환의 핵심 사업은 단연 ‘혁신농업타운’이다. 혁신농업타운은 마을 전체를 하나의 농업법인처럼 운영하는 공동영농 모델로, 청년농업인이 법인을 중심으로 영농을 주도하고 고령농은 농지를 법인에 맡긴 채 참여농가로 함께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법인은 규모화된 농지에서 기계화·첨단화된 영농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참여농가는 직접적인 노동 부담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는다. 세대 간 역할을 분담하고 공동의 체계 안에서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혁신농업타운의 본질이다.
청도군은 이러한 모델을 본격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2024년 경상북도 혁신농업타운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총 9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각북면 일원 80ha 규모, 30농가가 참여하는 혁신농업타운 1호점을 조성했다.
벼 중심의 단작 구조에서 벗어나 콩, 총체벼, 유채, 마늘, 양파 등 복합 작부체계를 도입하고, 농기계 공동 이용 체계를 구축한 결과 참여 농가의 농업소득은 기존 대비 3.1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공동영농을 기반으로 한 구조 전환이 단순한 실험을 넘어, 농가소득으로 직접 증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농업의 구조를 바꾸는 일”… 현장에서 현실이 되다
이와 관련해 김하수 청도군수는 “농업대전환은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농업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며, 혁신농업타운은 농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새로운 공동영농 모델”이라며, “농사만 지어도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청도 농업을 반드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청도군은 혁신농업타운 조성과 농업대전환 정책을 군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2025년 6월, 각북면 일원에서 ‘청도 농업대전환 발대식’을 개최했다. 발대식은 농업대전환의 정책 방향과 비전을 군민과 농업인이 함께 공유하고, 혁신농업타운을 중심으로 한 공동영농 모델을 전 읍면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혁신농업타운 2호점, 풍각면으로 확산
각북면 혁신농업타운 1호점의 성과를 바탕으로, 청도군은 2025년 경상북도 혁신농업타운 조성사업 공모에 다시 선정되며 풍각면에 혁신농업타운 2호점 조성에 착수했다.
풍각면 혁신농업타운은 송서리 일원 30ha 규모로 19개 농가가 참여하며, 총체벼와 마늘 중심의 공동영농 체계를 통해 농업대전환의 확산 모델로 육성될 예정이다.
생산을 넘어 유통·가공·수출까지… 확장되는 농업대전환
청도군의 농업대전환은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동영농을 통한 구조 전환을 바탕으로 유통·가공·수출 분야까지 정책 영역을 확장하며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청도군은 경상북도 농식품 수출정책 시·군 평가에서 군부 1위를 차지하며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는 농업 구조 전환이 지역 농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다.
현재 청도군은 혁신농업타운을 중심으로 ▲친환경 명품쌀 재배단지 조성 ▲농산물 저온유통센터 구축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 확대 ▲미래형 과원 조성 ▲디지털 청년농업 아카데미 운영 ▲농가형 농산물 가공·창업 지원 등 총 17개 핵심 사업을 유기적으로 추진하며 농업 전 분야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계획의 농정’에서 ‘현장의 변화’로
청도군의 농업대전환은 이제 계획 단계를 넘어 현장에서 변화가 축적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혁신농업타운을 통해 나타난 농가소득 증가와 공동영농의 정착은 농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청도군은 각북면과 풍각면의 추진 성과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혁신농업타운을 전 읍면에 단계적으로 확대 조성해 군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영농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변화는 농업의 방식뿐 아니라 농촌의 미래를 다시 그려가는 과정이다. 청년이 돌아오고 농사만으로도 안정적인 소득이 가능한 농촌을 향해, 청도군이 추진하는 농업대전환은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